알음이 🐵 모름쌤, 안녕하세요.
지난 첫 수업 시간에 마음공부는 ‘마음을 조작하지 않는 공부, 있는 그대로 세상을 이해하는 공부’라고 하셨어요! 그래서 이 문제에 대하여 계속 생각해 보았는데요. 생각할수록 머리만 복잡해지고 점점 모르겠어요.
내 마음에 대해 확실히 알고 싶어서 마음공부를 시작했는데, 점점 혼란스러워져요.
있는 그대로 본다는 건 도대체 어떻게 보는 거예요? 지금 이렇게 눈앞에 있는 사물을 보면서 생각하는 것이 왜 있는 그대로 보는 것이 아닌가요?
모름쌤 😎 알음님, 안녕하세요.
일단, 좀 진정을 하셔야겠어요. 앞에 놓인 차 한잔 드세요.
알음이 🐵 차요? 어! 제 앞에 차가 있었네요. 잘 마실게요.
모름쌤 😎 이제 좀 안정이 되셨나요? 그럼 제가 질문 하나 드릴게요.
방금 무엇으로 차를 마셨나요?
알음이 🐵 이거요? 그냥 찻잔 아닌가요?
다시 보니 고운 미색으로 되어있네요. 참 예쁘네요. 저는 아름다운 미색 찻잔으로 차를 마셨어요.
모름쌤 😎 방금 알음님이 말한 찻잔은 원래부터 '아름다운 찻잔'이라는 이름을 가지고 있는 것인가요?
알음이 🐵 네? 이름이요? 그냥 저는 이 잔을 보고 아름다워서 아름답다고 말한 건데요.
모름쌤 😎 고운, 아름다운 이라는 것이 원래 그 찻잔에 속한 것인가요?
본래부터 그 찻잔이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니라면 그 이름은 거짓일 수도 있겠네요.
그러면 그 이름을 붙이지 않으면 뭐라고 부를 수 있나요?
알음이 🐵 … !? 모든 사물에는 이름이 있고, 이름과 사물은 같은 것 아닌가요? 이름이 있어야 사물이 있지요. 어떻게 이름 없는 사물이 있어요?
모름쌤 😎 그렇지요. 보통 그렇게 생각하지요.
우리는 무엇을 보든 이름 짓는 것이 습관화되어 있어요. 그리고 그 이름을 통해 사물을 인식하니 우리가 붙인 이름과 사물을 같은 것으로 알고 있지요.
그런데, 잘 관찰해보면 그 이름과 사물이 반드시 일치하지 않는 것을 알게 돼요. 예를 들어 방금 알음님이 ‘아름답고 고운 찻잔’이라는 이름을 붙인 그 찻잔을 어떤 사람은 ‘그저 그런 찻잔’으로 볼 수 있지 않을까요?
알음이 🐵 그렇네요. 잘 생각해 보니 이름과 사물은 반드시 일치하지 않네요.
제 이름도 태어날 때 부모님이 붙여준 이름이고, 지금 ‘알음이’라는 이름도 새로 지어진 이름이고… 그러고 보니 그 ‘이름’이란 것이 자꾸 변하네요. 이렇게 자꾸 변하는 것이라면 별로 믿을 만하지 못하네요.
모름쌤 😎 하하. 이제 조금 이해하셨어요? 그럼 이름이 지칭했던 그 ‘사물’은 어떤가요? 사물은 원래 그대로 있나요? 아까 알음님이 마셨던 찻잔을 다시 만져보세요. 어때요?
알음이 🐵 다시 만져보니 그새 차가워졌어요. 아까는 따뜻했는데.
흠, 그러고 보니 우리가 경험하는 모든 사물도 계속 변하네요!
저는 지금까지 이름 붙인 사물은 변하지 않는 것으로 생각했는데 이름이나 사물이나 계속 변하네요. 우리가 붙이는 이름도 진짜가 아니고, 사물도 계속 변하니까 진짜가 아님을 알겠어요. 아! 그러니까 지금 내가 보는 사물은 고정된 것이 아니라 계속 변하는 거죠?
모름쌤 😎 그렇지요. 일단 우리가 세상을 있는 그대로 보지 못하는 이유는 바로 그 ‘이름’과 ‘사물’을 절대적이며 동일한 것으로 생각하는 습관 때문이에요. 그러니 모든 사물을 바라볼 때 이름 짓기를 하지 않고 바라보는 연습을 하면 좋겠어요. 그러면 있는 그대로 세상을 알아차리는 데 도움을 줄 겁니다.
알음님, 그러면 지금 눈앞에 있는 찻잔에 이름을 붙이지 않으면 뭐라고 부를 수 있을까요?
알음이 🐵 음, 이름 붙이지 않으면… 잘 모르겠어요. 이름을 안 붙이니… 잘 모르겠어요!
모름쌤 😎 알음님! 차 한 잔 드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