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질문 감사드립니다.
우리는 늘 느끼고 생각하며 살아갑니다. 감정은 느낌의 차원과 관련됩니다. 특히 감정은 느낌이 몸으로 체화되어 나타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그래서 몸의 느낌과 감정을 구분하기 어려울 때가 있습니다. 예를 들어 화를 내거나 긴장을 하면 몸이 함께 반응합니다. 감정과 몸은 하나로 연결되어 있고, 우리의 생각 역시 감정과 연계되어 일어나고 반응합니다. 즉 생각, 감정, 몸은 하나의 연결망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그래서 감정이 일어나는 것을 올바로 알아차리게 되면 그러한 감정이 어떠한 생각에 의해서 일어났는지도 알게 됩니다. 더 나아가 생각과 감정이 우리의 몸에 어떠한 영향을 주는지도 자연스럽게 알게 됩니다.
질문자님은 여러 가지 감정의 원인을 찾는 것과 마음공부를 연결시키고 있습니다. 이런 질문을 하는 것은 아마도 감정의 원인을 찾게 되면 감정의 구속이나 집착에서 해방될 수 있고 더 나아가 감정으로 인한 괴로움에서도 벗어날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일 것입니다.
우선 감정은 그냥 일어나지 않습니다. 감정이 일어나는 데는 여러 가지 원인이 있습니다. 우리의 습관, 음식, 환경의 영향, 교육, 가정환경, 대인관계 등 수 많은 인연들이 모여서 감정이 생겨납니다. 그래서 감정은 단일한 것이 아니라 그 자체가 오랜 삶의 습관과 반응 등이 뭉쳐서 생겨난 복합물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렇기에 어떤 감정이 일어날 때 그것의 원인은 한 두 가지가 아니라 수많은 인연화합의 산물임을 기억해야 합니다.
그렇다면 감정을 통해 마음공부를 하는 것은 무엇을 말하는 것일까요? 그것은 감정의 원인을 찾는 공부라기보다 감정을 수용하고 집착하지 않는 공부입니다. 자신의 감정을 충분히 수용하고 알아차리기 시작하면 감정 자체가 어떻게 일어나고 사라지는지 분명하게 통찰하게 됩니다. 이것은 원인을 알아차리는 것이 아닙니다. 원인을 알아차리는 것이 아니라 감정의 구조 자체를 통찰하는 것입니다. 감정의 원인을 알아차리면 특정 감정에 해당하는 특정 원인을 찾아야 할 것입니다. 그런데 감정이 일어나는 메커니즘을 통찰하면 특정 원인이 아닌 감정이 일어나는 구조를 통찰하게 되어 어떠한 감정이 일어나도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습니다.
그러므로 감정의 원인을 알아차리려고 하기보다 감정과 생각 그리고 몸에 대하여 분명한 통찰을 이루는 공부를 해나가시기를 바랍니다. 더 나아가 마음 자체가 갖고 있는 본성을 통찰하는 공부를 통해 생각과 감정의 무상함을 꿰뚫어보고 모든 괴로움에서 벗어나시기를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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