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번째 찻자리_ 온몸으로 차 경험하기
🍵님, 평소 즐겨 마시는 차를 준비하셨나요?
그럼, 차를 천천히 마십니다.
차 한 잔을 천천히 음미하고 가만히 눈을 감습니다.
눈을 감고 차를 마시고 난 후 몸의 느낌을 알아차립니다.
차의 맛과 향이 입안에 남아 있다면 그것을 가만히 관찰합니다.
차를 마시고 난 후 위장의 느낌이 어떤지, 배의 느낌이 어떤지, 손발의 느낌이 어떤지 탐색하듯 알아차립니다.
차를 마실때의 알아차림은 입속, 오장육부, 손발의 느낌 순으로 천천히 몸의 느낌과 변화를 탐구하는 것입니다. 이러한 차명상은 몸의 내부부터 외부까지, 몸의 안쪽부터 바깥쪽까지 감각의 변화를 알아차리는 것입니다. 이처럼 몸의 내외의 감각을 알아차리는 차명상은 차성(茶性)이 강한 보이차, 오룡차, 녹차 등을 천천히 충분히 차를 마시고 난 후에 진행하는 것이 좋습니다. 님이 좋아하는 차를 즐기고 난 후 차가 몸에서 어떻게 작용하는지를 관찰하는 것입니다.
이러한 차명상을 하면 차의 종류마다 독특한 차의 효능을 있음을 알아차릴 수 있습니다. 어떤 차들은 몸의 열감을 느끼게 해주고, 어떤 차들은 몸을 시원하게 합니다. 어떤 차들은 혈액순환을 도와주어 손과 발을 따뜻하게 해주고, 어떤 차들은 위장을 따뜻하게 데워주며, 어떤 차들은 머리를 맑게 해줍니다.
차를 충분히 마신 후에 바로 일어나 움직이기 보다는 차가 몸에서 어떻게 작용하는지 관찰하는 것은 몸의 감각에 대한 알아차림을 강화시키고, 알아차림의 능력을 향상시키는 데 많은 도움을 줍니다.
이와같은 차명상에 익숙해지면 차에 대한 민감도가 높아져 차를 감별하는데도 많은 도움을 줍니다. 이러한 단계는 차를 맛과 향기로만 감별하는 것이 아닌 온몸의 감각으로 감별하는 것이기에 차에 대한 이해가 깊어질 수 있는 계기가 됩니다. 그렇지만 이러한 훈련이 진정한 차명상이 되기 위해서는 몸의 감각을 알아차리면서 그러한 감각이 어떻게 일어나고 사라지고 변화하고 소멸하는지에 중점을 두어야지 특정 감각을 추구하는 데 빠져서는 안 됩니다.
어떤 사람들은 차를 마시면서 특정 감각을 경험하면 그것이 바로 차가 가진 본질적인 특징인 것으로 생각하면서 차를 품평하기도 하지만 이것은 주관적인 착각에 불과할 수 있습니다. 왜냐하면 망상과 상상을 통해 감각이 경험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차를 온몸으로 경험하는 것은 분명 즐거운 일입니다. 그러나 이것이 차에 대한 감각적 집착에 빠지는 습관이 되어서는 안 됩니다. 자칫 잘못되면 몸에 좋은 차를 찾아다니면서 시간과 돈을 허비합니다. 그래서 결국 건강까지 망치는 결과가 초래되기도 합니다.
차가 몸과 마음에 이롭게 작용하기 위해서는 절제의 미덕이 필요합니다. 차를 많이 마신다거나 좋은 차를 마신다고 해서 차의 효능을 느낄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어떤 차를 마시더라도 그것을 대하는 마음이 겸손하고, 감사할 줄 알고, 절제의 미덕을 지키고, 알아차릴 수 있으면 그 차를 통해 우리는 의식의 깨어남을 경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