_ 차마시기와 알아차림
알아차림은 있는 그대로 현상을 관찰하는 마음의 작용입니다. 알아차림은 지금 현재 일어나고 있는 몸과 마음의 작용 그리고 감각기관의 경험을 어떠한 생각 없이 직접적으로 아는 것입니다. 알아차림은 생각을 통해 어떤 합리적 결론에 도달하는 것이 아니라 생각을 비우고 현재 일어나는 사태를 거울이 사물을 비추듯 반응하는 것입니다.
차 마시기를 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이러한 알아차림의 계발입니다. 차를 마시려고 하는 의도와 차를 우려내고, 차를 마시는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알아차림입니다. 차 마시기에서 알아차림은 차와 관련된 몸과 마음의 반응 및 감각기관의 작용을 있는 그대로 알아차리는 것입니다.
이렇게 알아차림에 기반해 차를 마시면 우리의 마음은 선명해지고 명료해집니다. 즉 우리의 마음이 깨어나는 것입니다. 마음이 깨어난다는 것은 자신의 생각 혹은 관점에서 사물을 보는 것이 아닌 전체 생명의 기운 혹은 전체 의식의 관점에서 거꾸로 자신을 본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마음이 혼미하고 어두울 때는 내가 차를 마셨지만, 마음이 깨어나면 바로 차를 마시는 자신을 알아차리고 지켜보게 되는 것입니다.
이러한 의식의 전변 혹은 변화는 완전히 새로운 경험입니다. 우리는 늘 ‘내가 경험한다’는 생각에 사로잡혀 있어 반대로 ‘경험하는 내가 지켜보아진다’는 것이 무척 생소하고 낯선 경험으로 다가올 것입니다. 그렇지만 깨어난 의식에서 본다면 인간은 바라보는 존재라기보다 바라보아지는 존재인 것입니다.
그래서 차를 마실 때 아무런 자각 없이 마시면 내가 차를 마시는 것이지만, 알아차림으로 차를 마시면 내가 차를 마시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됩니다. 이때의 차 마심은 나와 찻잔, 나와 찻물의 경계가 사라지기에 전체 작용으로서의 차마시는 행위만이 나타날 뿐입니다.
그러므로 차명상으로 차를 마신다는 것은 차맛에 사로잡혀 좋은 차 나쁜 차를 분별하며 현학적인 담론이나 생각에 빠지는 것이 아닙니다. 차명상의 차마시기는 차를 대하는 자신의 마음작용은 물론이고 차의 성질을 있는 그대로 이해하여 우리의 마음을 깨우는 명상의 방식입니다.
그렇다고 해서 이러한 명상적 차 마시기가 혼자만의 차 마시기, 엄숙한 차 마시기를 지향하는 것은 아닙니다. 차명상의 원리를 이해하고 깨닫게 되면 혼자 마시는 차 마시기와 여럿이 마시는 차 마시기가 다르지 않음을 깨닫게 됩니다. 차명상의 원리를 터득하고 명상적 알아차림이 작용하면 여럿이 차를 마시는 것이 삶의 문제 특히 관계와 정서의 문제를 해결할 때 유용한 도구가 됨을 알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