_ 차를 나누는 마음
보통 차명상을 하면 혼자 차를 우리면서 명상을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이러한 차명상은 시작일 뿐입니다. 차명상을 통해 추구하는 궁극적인 길은 나눔과 자비의 길입니다. 차명상을 통해서도 이러한 일이 가능합니다.
혼자서 하는 차명상도 멋진 일이지만, 다른 사람들과 차를 나누고 마음을 나누는 것 역시 멋진 차명상이 될 수 있습니다.
차를 맛있고 정성스럽게 우려서 그 차를 누군가에게 줍니다. 차를 마시는 상대방은 차를 우리는 사람의 마음과 반응하여 마음이 부드러워지고 깨어나게 됩니다.
차를 정성스럽게 내어주는 자리에서 우리는 그 순간의 세계에 존재합니다. 우리는 차 한 잔 앞에서 자신의 생각과 관념을 내려놓고 천천히 차를 즐깁니다. 차를 한 잔 두 잔 먹으면서 대화를 하다 보면 마음은 따뜻해지고 정신은 선명해집니다.
특히 차를 우리는 사람은 차를 마시는 사람의 몸과 마음에 대해 잘 깨어있어야 합니다. 차를 마시는 상대의 차마시는 성향, 대화 방식, 건강, 마음 씀 등을 관찰하면서 그러한 관찰 내용에 깨어있으면서 차의 종류, 우려내는 속도, 다구, 다식 등에 대하여 신경써야 합니다.
차명상의 차마심이 일반적인 차마심과 다른 것은 차를 나누는 과정에 깨어있는 마음과 자비심이 동반된다는 점입니다. 차를 우려주는 사람은 차를 마시는 사람이 무례하거나 주의력이 산만하고 말이 많더라도 그것을 대놓고 비난하거나 부정적인 마음에 휩싸여서는 안 됩니다. 마치 명상적 알아차림을 할 때 망상이 일어나도 잘 깨어있는 것과 같습니다. 찻자리에서 일어나는 다양한 상황에 적절하게 반응하면서 차를 마시는 사람들의 각성을 도와주고, 그들이 현재 이 자리에서 마음을 열고 깨어있을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입니다.
또한 차명상을 한다고 자신을 내세우거나 엄숙한 태도로 찻자리의 분위기를 만드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차명상하면 엄숙하게 차를 마시고, 호흡을 하고, 몸동작을 하는 것 등을 생각하지만 차를 앞에 두고 그러한 행위를 하는 것은 부자연스럽고 인위적인 것입니다. 차명상은 우선적으로 자신과 타인에게 이완을 불러일으켜야 하고 유연하면서 명료한 알아차림을 통해 현재의 찻 자리를 있는 그대로 경험할 수 있어야 합니다.
이처럼 차명상은 좌선이나 특정 명상과 다르게 나눔의 미학과 관계를 통찰할 수 있는 생활명상입니다. 차명상은 알아차림, 집중 등을 강요하지 않지만 천천히 차를 우리고, 마시는 과정을 통해 심신을 안정시키고 인연과 관계를 통찰할 수 있게 도와줍니다.
차명상을 한다고 해서 차를 현학의 대상으로 만들거나 차 자체에 대단한 의미부여를 하는 것 역시 차명상이 가진 장점을 간과하게 합니다. 차마심을 분석적으로 통찰하거나, 이미지화시켜 경험하면서 차를 마시는 것 역시 뱀의 다리에 신발을 신기려는 것처럼 어리석은 일입니다.
한 잔의 차를 그저 한 잔의 차로 경험하고, 차의 맛을 지금 이 자리의 차맛으로 경험하는 것이 차명상의 시작입니다. 또한 이러한 차마심을 다른 사람들과 나누며 열린 마음을 통찰하는 것이 차명상의 궁극적인 나눔의 정신입니다. 이처럼 차명상은 다른 사람들과 차를 마시며 그 안에서 지혜와 자비를 통찰하는 생활의 명상임을 잊어서는 안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