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근담> 원문(2)

세상을 얕게 건너면 그만큼 때묻음이 적다.

세상 일에 경험이 많으면 그 수단 또한 깊다.

그러므로 군자는 능숙하다기보다 소박하고 둔한 것이 낫다.

치밀하고 조심하기보다 성글고 소탈한 것이 낫다.

인간은 삶을 사는 방식에 따라 경험이 누적된다. 나이와 신분에 관계 없이 삶의 상황과 인연에 따라 이렇게 축적된 경험은 어떤 상황을 만나면 그 상황을 해석하는 일종의 ‘틀’로 작동한다. 그래서 세상사에서 시련을 많고 경험이 많은 사람들은 어떤 일이 생겼을 때 그러한 경험을 하지 못한 사람에 비해 좋은 수완을 발휘하는 경우가 많다. 반대로 세상 일에 경험이 적은 사람들은 처음 겪는 일을 상황에 맞게 판단하지 못해 실수를 하거나 실패를 경험하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경험이 많은 사람들은 자신도 모르게 경험의 축적에 의한 선입견 혹은 편견이 쉽게 작용해 사물을 있는 그대로 관찰하지 못하는 부작용이 있다. 반대로 경험이 적은 사람들은 의욕과 에너지는 있지만 사물을 깊이 있게 관찰하지 못해 무엇이든지 가볍게 대하는 폐단이 있다. 즉 경험이 많든 적든 모두 문제가 있다.

반대로 이들에게는 나름의 장점이 있다. 경험이 적은 사람이 가진 장점은 사물을 새롭고 순수하게 보는 힘이 있으며, 경험이 많은 사람은 경험의 누적만큼 사태를 꿰뚫어 보는 직관력이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사람들은 본인들의 장점만을 크게 생각할 뿐 단점은 생각하지 못한다. 그래서 대부분의 경험이 많은 사람들은 경험이 적거나 나이가 어린 사람들을 무시하고 경시한다. 또한 경험이 적지만 힘이나 패기가 있는 사람들은 나이가 많거나 경험이 많은 사람들을 ‘꼰대’라고 경멸한다. 그러나 이들 모두 자신들의 좁은 생각에 갇혀 세상을 보는 것일 뿐 실상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

결국 인간의 삶에서 중요한 것은 경험이나 나이가 아니라 사물을 대하는 기본적 태도이다. 경험의 많고 적음은 인간의 작은 마음이 만들어낸 착시일 뿐 우주적 관점에서 바라보면 먼지에도 미치지 못하는 국집된 생각이다.

그러면 우리는 어떻게 경험이 많고 적음의 단점을 극복할 수 있는가?

약고 치밀하기보다 소박하고 소탈함을 지향하는 것이 경험의 많고 적음에 대한 문제를 극복하기가 쉽다. 경험이 적은 사람들은 자신들이 겪는 일을 소박하게 즐길 때 실수나 실패로 인한 두려움을 내려놓기 좋고, 경험이 많은 사람들은 자신의 자아를 소박하게 만들어야 경험을 새롭게 통찰할 수 있다. 또한 이들에게 가장 중요한 태도는 세상의 문제를 능숙함과 그렇지 못함, 이익과 손해, 성공과 실패 등의 이원적 분별로 보지 않는 것이다.

• 당신은 세상을 살아가면서 자신의 경험을 얼마나 믿고 있는가?
• 자신의 경험을 맹신할수록 많은 것들을 놓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는가?
• 경험의 많고 적음과 관계 없이 사물의 본질에 다가갈 수 있는가?